소식/칼럼
[기고/김영훈]코로나19가 불러온 한국 의료의 변화

아직 안심할 수 없지만 한국과 중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어느 정도 진정 국면에 접어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미국과 유럽에선 확진자와 사망자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의 종점이 언제일지 모르는 불안감은 증시 폭락과 생필품 사재기로 이어지고 있다. 코로나19는 우리의 생활 방식을 송두리째 바꿀 것이다. 아마도 가장 먼저 의료 현장에서 큰 변화가 일어날 것이다. 코로나19 때 확인된 한국 의료의 역량을 바탕으로 다가올 변화에 적극 대비할 필요가 있다.

코로나19 확산 과정에서 국내 의료기관과 의료진이 보여준 모습은 각국의 주목을 받았다. 진단검사의 신속성과 정확성, 일사불란한 치료체계, 자원봉사 행렬 등이다. 이는 2015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2017년 신의료기술 개정에 따른 유전자 검사 실시가 큰 도움이 됐다. 메르스 사태 후 주요 병원에 음압병상이 설치됐고 리보핵산(RNA) 검사가 폭넓게 이뤄진 것이다. 여기에 드라이브스루와 워킹스루 등 다양한 선별진료소 운영은 초기 혼란을 줄이는 데 큰 효과를 가져왔다. 기업연수원과 리조트를 활용한 생활치료센터 구축도 마찬가지다. 팬데믹이 장기화하는 상황에서 이처럼 리조트를 이용한 생활치료센터 운영은 해외에 수출해도 좋을 모델이다.

 

 

풀어야 할 과제도 확인됐다. 국내 의료 수준은 세계 어느 선진국과 비교해도 부족하지 않다. 하지만 환자를 진단하고 치료하는 고가의 장비는 대부분 수입제품이다. 인공호흡기나 에크모(ECMO·인공심폐기), 유전자 검사기기, 컴퓨터단층촬영(CT) 기기 등은 전량 수입에 의존한다. 비상시 장비를 구하기 힘든 상황이 생길 수 있다. 따라서 핵심 의료기기의 국산화를 국가 전략과제로 육성할 필요가 있다. 국산 의료기기 인프라가 잘 갖춰지면 한국 의료기관의 해외 진출에도 큰 도움이 된다.


일상 속 의료문화의 변화에 대해서도 치밀한 연구와 준비가 필요하다. 아마 집집마다 소독물품이나 방독면, 소형 산소탱크 등을 상비물품으로 갖춰 놓을 것이다. 이미 ‘혼밥’이나 개별식기 사용 등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사람들은 병원에 가는 걸 주저할 것이다. 감염 걱정 탓이다. 그만큼 ‘스마트 진료’를 희망하는 환자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감염병 재난이 주기적으로 반복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스마트 진료의 틀을 적극 만들어야 할 때다.

 

출처 : 동일일보 2020. 4. 03